어느 피로한 가장의 절규

어느 피로한 가장의 절규

그저빛 6 46 11.04 17:42
회사에서 일주일 내내 불타올랐다. 보고서, 회의, “긴급”이라고 적힌 메일...
정신없이 버티다 보면 금요일 밤이 온다.
드디어 주말이다.
피닉스의 모든 유저들이 그렇듯, 나도 외친다.
“이번 주말엔 반드시 렙업 하다!”

토요일 아침, 커피 한잔 내려놓고 PC를 켠다.
키보드 위에 손을 얹으며 다짐한다.

“오늘만큼은 누구도 날 막지 못한다.”

하지만, 그 순간 —
혈원의 메시지가 나를 맞이한다.

[개구림왕자 : 테베 던전은 주중에만 개방됩니다.]

……

한동안 마우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모니터에 비친 내 표정은
마치 월요일 아침 회의 초대 메일을 본 사람 같았다.

“아니, 영자님…”
“제가 평일엔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주말엔 유일하게 허락된 자유시간이에요…”

내 마음속에서 작은 절규가 터진다.

회사에서 ‘리포트’ 쓰던 손으로
이제는 ‘몬스터 리포트’를 써야 하는데,
그 테베 문이 닫혀 있다니!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 오늘은 테베 가지 말고 창문 좀 닦아요.”

결국 나는 ‘테베 대신 집안일 던전’을 돌기 시작했다.
빨래퀘스트, 청소보스, 설거지미션…

영자님 제발, 우리 같은 가장들에게도 주말 테베의 문을 열어주세요.
평일엔 회사 보스, 주말엔 가족 보스를 상대하는 이 몸,
그 사이 단 몇 시간이라도 테베의 모래바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주중엔 상사에게 얻어맞고, 주말엔 테베라도 좀 잡게 해주세요.”

— 한 피로한 가장의 간절한 외침 —

Comments

메티스 11.04 17:48
빨래퀘스트, 청소보스, 설거지미션과 함께 가족간의 정도 쌓으시길 바랍니다.
그저빛 11.04 18:06
안 통하네...
그랜 11.04 17:51
캬... 주말 테베 열어 달라는 말씀을 이렇게 멋진글로 표현하시다니!
양손검 11.04 20:57
와 명필ㅋㅋㅋㅋㅋㅋㅋ
기사리오 11.05 08:46
안 통하네가 웃기네 ㅋㅋㅋ
알포 11.05 09:58
ㅋㅋㅋㅋㅋㅋㅋㅋ